부처님의 생애 (양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류의 스승이라고 부르는 성현의 삶에는 범부의 마음으로는 짐작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종종해 본다. 번잡한 속세를 살아가며 일상의 온갖 세상살이에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둘러싼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오롯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무슨 기막힌 비법이라도 있을 것 같은데 여기저기 둘러봐도 종잡을 수 없다. 그럴 때면 종교에 의지하거나 성현들의 삶을 통해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모든 종교 활동의 시작은 조건 없는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부처님의 법을 따른다는 마음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히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믿고부터 알아가는 것인지 알고 나서 믿는 것인지 양자 간의 문제는 제쳐두고서라도 부처님의 생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돌아보면 막막하기 그지없다. 여기저기서 들은 단편적인 지식 뿐 온전하게 부처님의 생애에 대해 책 한권 제대로 읽은 기억도 없다. 그러던 차에 부천미의 생애에 대한 책을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에서 펴낸 [부처님의 생애]는 우선 현 한국 불교의 중심이 되고 있는 조계종 종단에서 펴낸 것이기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책보다 관심이 가는 책이다. 한 성현의 생애를 한권의 책으로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성현의 일생을 이해하는데 통합된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의미라고 생각된다.

[부처님의 생애]는 부처님의 일대기에 맞게 부처님의 탄생과 성장과정, 구도의 길에서 보여준 모습과 깨달음 후 설법 그리고 열반에 이르는 온 생애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부처의 씨앗을 담고 있고 자신의 의지와 실천에 따라 성불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기에 희망의 종교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과 진흙이 묻지 않는 연꽃같이,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본문 286페이지)

무엇이든 자각하고 스스로 정한 계율을 지키며 실천하는 것이 최상의 진리이듯 혼란스럽고 거친 세상의 풍파를 헤치고 나갈 힘은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내용이라 여겨진다. 결국 자신의 힘을 믿고 벼랑 끝에서 한발 내 딛는 심정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방대한 분량이지만 읽어가기 수월하게 내용의 흐름이나 편집이 잘 꾸며져 있다. 적절한 이미지의 활용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어려운 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부처님 제자들의 이름에 대해 원어를 근거로 해석하다보니 그동안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름을 다시 찾아봐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부처님의 온 생애를 통해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어떤 사람에게라도 문을 열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고단함을 쉴 수 있는 편안함이 보인다. 인류의 스승이고 성현인 부처님의 생애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며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의 교리를 종교인이든 비 종교인이든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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