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여행의 황홀 -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산골살이 더듬기
박원식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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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
문득, 지금 내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 거리낌 없이 마음 내 찾고 싶은 곳이 있다. 한적한 산골이 그곳이다. 이래저래 지친 일상을 벗어나 쉼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가 바로 그때가 아닐까? 이런 마음이 일어 막상 길을 나서고자 마음먹더라도 발길을 쉽게 옮기지 못하는 것은 지친 마음에 더 이상 힘이 없거나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쉬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그곳은 자연이 주는 한없는 배품의 그곳이 아닐는지. 그런 곳이 굳이 멀리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될 만큼의 거리에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이리라.

여행은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서고 몸이 따라간다고 하는 저자 박원식의 부러운 여행길에 동행하는 마음으로 [산촌 여행의 황홀]을 손에 든다. 산이 좋아 산에 사네라는 책으로 먼저 만난 저자의 여여한 마음이 좋았고 나 역시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이 있어 반가운 책이다.

[산촌 여행의 황홀]은 우리나라의 모습이 간략하게 그려지는 풍경이 담겼다. 넓은 들판 보다는 산이 더 많은 지형이 만들어낸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다. 그리 바쁠 것 없는 저자의 마음이 터벅터벅 길을 따라 찾은 산골 풍경과 그 속에 삶의 보금자리를 튼 오지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질박한 사람들을 욕심 없이 담아내고 있다. 지역 구분 없이 발길가는대로 다녀온 스무 곳의 산골 오지를 가을, 겨울, 여름, 봄으로 구분하여 담고 있지만 굳이 계절이고 순서를 지킬 필요 없이 손에 닿는 대로 펼쳐도 될 것이다.

저자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 산골 오지이기에 아직 개발로 인한 몸살을 앓은 곳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는 곳이 많다. 자연이주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싶은 마음이 그런곳 만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시각은 자연풍광에만 머물지 않고 변해가는 산천의 모습과 더불어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왔던 사람들에게로 모아진다. 이제는 자연을 닮아 자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이든 어른신이 대부분이지만 새롭게 개발되는 현장을 만나기도 하고 각박한 도시생활을 과감하게 벗어나 새롭게 둥지를 튼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다녀온 곳이 사람들의 관광(?)으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아쉬워하면서도 약도와 더불어 대중교통수단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다녀온 곳의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행안내서처럼 자신이 먼저 누렸던 그 여유로움을 나누고 싶은 것이라 생각해 본다.

[산촌 여행의 황홀]은 바로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이 중심도 아니고 그곳에 사는 사람도 중심이 아닌 바로 저자가 담아온 여행길의 [황홀]함을 느낀 저자가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주마간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덜컹거리는 산길을 빠르지 않은 허름한 버스를 타고 차창으로 스치는 산골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 무엇인가 허전함이 있어 내내 아쉬운 마음이다.
하지만 [성성한 강가, 탱탱 무르익은 저 농염, 주황 눈알들 부라린 찬연함, 낮잠처럼 태평하고 보름달처럼 충만한] 등 저자의 그 황홀함을 담아내는 새로운 느낌의 표현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책과 함께하는 동안 지친 마음에 한적한 산길을 걸어가는 여유로움이 있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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