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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 그놈 참 요물이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정말로 수상하다. 한없이 넓어 세상 모든 것을 다 품안에 안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때론 바늘하나 꽂을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마음이란 것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만 하다. 그래서 눈 밝은 이들이 그토록 마음 다스리기에 지극한 정성을 쏟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묘책을 찾지 못한 것이 수상한 마음 다스리기가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본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겪는 일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다. 나와 선생님, 나와 부모, 선생님과 K 등 인간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우선, 나와 선생님의 관계다.
우연한 기회에 선생님을 알게 되고 나의 일방적인 구애나 마찬가지인 선생님 찾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직 학생인 나와 세상과 스스로 격리된 선생님 사이에 여름철 장마처럼 지루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사이다. 묻고 답하고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은 이야기일지라도 두 사람 사이 관계는 아슬아슬 이어지며 선생님의 과거로 다가서고 있다. 계속적인 선생님과의 이런 관계를 이어가는 나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청춘시기 선생님을 통해 불안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다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 번째, 나와 부모님이라는 관계다.
학교생활 중에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내려가서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형과 누나 등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륜에 의해 맺어지는 사람관계인 부모와 자식은 일방적인 사랑의 배려를 통해 성장하는 ‘나’의 성장과정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면서도 어느 순간 부모님의 보살핌에서 벗어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당혹스러움을 포함하여 자식과 부모사이 좁혀지지 않은 마음의 간극을 나타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선생님과 K의 간계다.
거의 유일한 친구사이인 두 사람은 부모와 집으로부터 야기된 문제를 서로 도우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두 사람은 삶의 지향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선생님의 배려로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부터 알지 못하는 간극이 벌어지게 된다. 그것은 하숙집 딸을 두고 벌어지는 애정의 문제다. 친구를 배반하고 사랑을 얻었지만 자살한 K에 대한 죄책감이 커져만 간다. 부인을 포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철저히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온 것이 선생님의 삶의 근간이 되었다. 세상과 스스로 벽을 쌓고 살아가는 선생님 근본적인 이유가 K를 통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극과 극을 달리는 마음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백지장 차이만큼도 되지 않은 마음과 마음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어려움 또한 마찬가지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지는 조그마한 차이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만들고 시간이 흐른 뒤 그 사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한다. 돈 몇 천원을 얻기 위해 사람 목숨을 빼앗은 사람도 있고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도 내놓는 사람도 있다. 둘 사이 무엇이 작용하는 것일까?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 저자 나쓰메 소세키는 [마음]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