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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그림 그리기를 통한 자기고백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의 속내를 통째로 드러내는 고백은 지극히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이다. 살아가는 동안 이러한 자기고백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은 자신 앞에 서 있는 벽을 허무는 소통의 경계를 넘어선 사람일 것이다. 대상 앞에 한없이 무기력하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내보이는 것은 바로 숨김없는 내면의 성찰을 통해 자기본질에 접근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한 것이기에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어려운 일임을 많은 사람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 고백에 대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오늘 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는 바로 그러한 고백을 숨김없이 드러내 놓고 있는 자기 고백서라고 부를 만하다. 저자 김병종은 일찍이 문학적 소양을 신춘문예 등단을 통해 검증받은 사람으로 미술을 전공하고 후학을 가르치는 서울대 미대 교수로 제직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며 절대자에 대한 신앙으로 무장한 사람이기에 그 고백의 대상 창조주에 대한 자기고백이며 성찰인 동시에 찬양이라 할만하다. 저자는 자신의 예술작업의 중요한 요소인 물과 햇빛을 주신 당신 즉 창조주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작업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느낌과 성찰을 오롯이 담아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종교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 경이롭기 그지없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얻는 느낌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기에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 인간의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성찰을 통한 고백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는 자연 앞에 지극히 겸손한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예술가인 저자의 작업성과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은 저자가 주목하는 물과 햇빛을 화폭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맑고 밝으며 따스함이 묻어나고 있다. 한 폭의 그림만으로도 저자가 지향하는 작품의 세계를 알 수 있으며 그가 얼마나 따스한 사람인가도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
저자는 창조주에 대해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고백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눈을 돌린다. 그 돌리는 눈을 통해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자신의 작품과 다르지 않음을 바로 알게 된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따스한 가슴으로 품고자 하는 마음이 바보예수, 흑백예수 등 저자의 연이은 작품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고백과 성찰은 벽과 벽, 위와 아래, 빈부의 격차 등으로 한없이 주변으로 내몰리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보고 담아왔던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은 그냥 지나가는 풍경이나 순간 시선을 잡았던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곧 자기성찰로 이어지며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넘치는 저자의 삶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인간의 지극히 순수한 고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순수해지는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