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들의 생로병사
강영민 지음 / 이가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회자정리(會者定離) 생자필멸(生者必滅)
생명을 가진 무엇이든 나면 죽게 마련이다. 이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운 마음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여지없이 바꾸고는 한다. 사후를 알지 못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지만 살아가는 동안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에 죽음이라는 것은 늘 사람들 마음속에 있기 마련이다.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이 엄밀한 죽음에 대해 스스로 정리할 필요가 이 때문일 것이다.

눈 밝은 이들은 죽음과 삶이 둘이 아니라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의 삶에 의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사후 평가도 결정되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결국 죽음이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로 모아질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밝은 눈을 키우고 자신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앎과 삶이 하나 되는 생활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 한 나라의 지존이며 절대 권력을 누렸던 왕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 있다. [조선왕들의 생로병사]가 그것이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여 조선의 27대 왕들에 대한 이야기며 그들의 죽음과 직결되는 생활을 살펴보고 있다. 태조 이방원으로부터 시작된 왕권의 계승은 순종에 이르러 막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중심적으로 살펴보는 항목들이 있다. 저자는 왕들이 어떻게 왕위에 오르게 되는지와 그 과정에서 받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 신권과 왕권 사이의 권력 투쟁, 당시 열악한 의료적 환경 등에 의해 왕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조선시대 왕은 총 36명 그중에는 죽은 후 왕의로 추존된 왕이 9명 그리고 폐위된 왕이 2명이며 실제로 왕권을 행사한 왕이 25명이다. 절대 권력을 향한 권력투쟁의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순조롭게 왕위로 오르지만 짧은 생으로 마감하는 왕, 형제를 죽이면서 왕위로 올랐지만 오랫동안 그 지위를 누리며 업적을 남긴 왕도 있다. 또한 그 죽음에 의문이 남기도 하도 훗날 못내 아쉬움으로 역사적 가정을 해보게 하는 왕의 죽음도 있다.

대단히 흥미를 끄는 시각으로 접근한 조선왕들의 생로병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 당시 권력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선조임금의 경우 일반적인 오해라고 밝혀지는 무등한 군주라는 입장을 경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국강병 차원에서 10만양병설은 왜를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처음 주장한 사람이 이이가 아니다. 선조의 명에 의해 세운 이이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조선왕들에 대한 해석의 문제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는 저자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책의 주제가 또한 왕들의 생로병사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다.

[조선 왕들의 생로병사]에서 우선 주목되는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서양의학을 전공한 현직 의사라는 것이다. 의사의 눈으로 역대 조선 왕들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한의학적 소견과 함께 현대의학에 비추어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왕의 죽은 나이와 그 나이에 최후를 맞이한 각국의 사람들을 비교하는 점도 흥미롭다.

한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병은 결코 육체적인 원인에 만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옛 선비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던 이유가 한편으로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바른 정신을 지켜가는 근본이었기 때문임을 확인한다.

왕들의 죽음을 통해 절대권력 속에서 온갖 보신을 하면서도 어쩌지 못한 죽음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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