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을 놓치다
로저 하우스덴 지음, 김미옥.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그래도 여전히 부러운 시인의 가슴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있다. 돈 많은 사람도, 권력을 가진 사람도, 학문에 뜻을 이룬 사람도 아니다. 그는 나와는 다른 가슴을 가진 사람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가 부러운 것이다. 그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다. 그 이름은 시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속에 담아놓은 색으로 세상을 본다고 한다. 맑고 밝으며 따스한 색으로 가득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맑고 밝으며 따스한 세상일 것이다. 내가 부러워하는 시인의 가슴엔 무슨 색으로 채워져 있을까? 무엇이 담겨 있기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함께하는데 가슴으로 들어오는 세상은 그토록 차이가 나는 것일까? 아직 풀지 못하는 의문이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바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도 나와는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를 만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열다섯 명의 시인과 그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열다섯 명의 시인의 시를 통해 시와 만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시를 만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이미지, 목소리, 분위기, 시선, 의인화, 그림자, 은유, 환경, 개연성, 호흡, 자의식, 틈새, 실마리, 색채, 모순어법 등의 힘을 통해 시를 접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각각의 힘을 통해 그들의 시를 분석하고 시인들의 가슴을 통해 발휘된 시의 힘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시라는 문학 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시를 접하는 순간 느끼는 감동을 유지하기 위해 시를 옮겨 쓰기도 하고 때때로 암송하기도 하면서도 그 감동을 재대로 담아내지 못할 때 한껏 욕심을 부려 시를 써 보기도 한다. 이처럼 누구나 시를 만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시가 주는 감동을 느끼곤 한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에 등장하는 시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저자의 시를 해석하는 독특한 시각은 탁월한 시 감상법을 제시하고 있어 시가 주는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고도 남는다. 특히 고전이라고 하는 시간에 메어 시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하면서 시를 처음 접할 때 받은 그 감동이 시간을 초월하여 명작으로 남는다고 한다.

시를 쓰는 시인이나 시를 읽는 독자나 모두 시에서 얻는 느낌에서 시를 만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시는 자신에게 돌아가는 시간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 열병처럼 다가오는 그때의 감동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 시가 아닐까.

시를 통해 만나는 세상이 맑고 밝으며 따스한 색깔로 보이도록 내 가슴에 담아둘 색깔을 만드는 일, 바로 시가 주는 희망이리라.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놓치고 마는 순간의 감동을 가슴에 온전히 담을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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