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2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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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자의 전설2
진정 강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태산도 무너뜨리고 바위도 깰 수 있으며 호랑이도 거꾸러뜨릴 수 있는 강한 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느린 것이 빠른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풀이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고 했다. 강함을 채우고 있는 한없는 부드러움 그 속에서 향기처럼 스미는 그 힘이 진정 강한자의 힘이 아닐까.

그런 강한 힘의 소유자를 만난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라는 묘호를 남긴 잘 알려진 고구려의 왕 광개토대왕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바탕 요란한 주목을 받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들해진 오늘, 우리역사를 이어온 힘의 한 축을 만나는 설렘이 있다. 작가 하병무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역사적 인물 광개토대왕이 말달리며 호령하던 그 영토, 그 고구려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신비] 이 소설은 중국 여행 중 광개토대왕의 무덤 근처에서 우연하게 [무신비기]라는 해독할 수 없는 고서를 보게 된 사건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두절이라는 자에 의해 쓰여 진 자기 고백 같은 이 책은 광개토대왕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우리를 잠시 역사스페셜의 한 장면을 보는 착각 속으로 빠지게 만든다. 마치 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이며 그 비밀스런 이야기를 처음 접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전해야 한다는 역사적 책무를 짊어지게 하는 묘한 느낌까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저자는 광개토대왕이 고구려의 왕에 오르기 전까지 고구려 역사에서 침제기라고 여겨지는 미천왕,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의 이야기를 통해 고구려를 세운 선조 왕들의 이념을 바로 세울 강력한 왕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광개토대왕 담덕과 호위총관 두절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어떻게 한 영웅으로 만들어지는 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7살 나이 늑대를 잡아 굶주린 배를 채우며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가장 강한 장수만이 고구려의 왕이 될 수 있다는 아버지의 교육에 의해 그렇게 성장해 간다. 영웅은 누구나 그렇듯 강한 힘만을 자랑하지 않는다. 한없이 따스한 마음으로 백성을 위하고 지극히 한 여인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대의를 위해 감춰놓은 누구보다 강한 힘이 있다. 그 강한 힘이 비로소 발휘되는 영토 확장 전쟁과정은 이미 보지 않아도 연전연승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것이 다가 아니다.

소설의 중심 주제는 두 가지흐름을 보여준다. 호태왕이라고도 불리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의 과정과 왕의로써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 다른 하나 왕의 가슴속 묻어둔 한 여인에 대한 두절과 왕의 비밀이다. 왕과 두절은 할아버지 고국원왕의 원수를 갚고자 백잔을 정벌하는 과정에서 운명적인 여인을 만난다. 왕의 여자이며 왕의 씨를 낳았지만 결코 왕후가 될 수 없는 여인과 그 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면서도 그 여인을 부인으로 둔 두 사람과의 사랑과 우정이 그것이다.

[신비]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 그리고 우리 민족을 따스한 가슴으로 품고 살아가는 마음이 모여 새롭게 탄생한 영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궁궐보다는 전장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가장 강한 나라 고구려의 왕이며 가장 강한 자 그리고 한 여인을 향한 사랑으로 가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역사 속 영웅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로 나타날 것이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이끌어나갈 진정한 지도자, 영웅이 부재한 현대에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뭔가를 알려주고 있다.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부침하는 현실, 삭막해져가는 인간관계, 즉흥적이고 물질중심적인 사랑 무엇 하나 희망적이지 않은 현실에서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기는 충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하고 무엇보다 높고 세상 모든 것을 가졌지만 사랑 앞에 그 모든 것을 버리는 한 남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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