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음부 을유세계문학전집 8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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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들어 여성의 지위는 날로 높아지고 인간으로써 본연의 지위를 찾아가는 듯이 보이는 외향적 변화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 여성을 대변하는 목소리의 강도와 다양성, 여성의 지위를 뒷받침하는 법률적 장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여성 스스로의 움직임 등에서 근대이후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인간으로써 여성의 지위를 확보하고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될지 아직은 의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 근저의 변화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고 여성 역시 자신들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한계를 스스로 보이는 모습도 존재한다. 그 중심에 성(性)이라는 핵심적 요소가 늘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성(性)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룬 작가를 만난다. [천사의 음부]의 마누엘 푸익으로 내겐 생소한 작가다.

마누엘 푸익(Manuel Puig)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다 철학으로 바꾸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영화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 다수의 시나리오를 쓰지만 빛을 보지 못한다. 이후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다. 대표작으로 리타 헤이워스의 배신, 조그만 입술, 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 천사의 음부, 상대적인 습기 등이 있으며 가장 대중적인 작품 거미 여인의 키스가 영화화 되면서 그에게 명성을 얻게 했다. 어머니에 의해 시작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영화감독을 꿈꾸게 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아르헨티나의 현실에 막혀 망명 작가로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천사의 음부]는 아니타라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여성이 암에 걸려 멕시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녀에게는 베아트리스라는 페미니스트인 친구와 포지라는 좌익 운동가인 애인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와 애인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써가는 일기에 스스로를 드러내며 현실이라는 벽과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 사이의 갈등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여성의 지위와 존재감, 여성이 갖는 성에 대한 문제, 아르헨티나의 정치 현실을 비롯하여 애인과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저자는 아니타의 분신으로도 볼 수 있는 ‘여주인’과 ‘W218’이라는 두 여성을 등장시켜 이 두 여성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주인공 아니타가 현실속의 여성이라면 여주인은 여성의 과거모습 W218은 미래를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사실 나는 집안일에 전념함으로써 그에게 대가를 지불했다. 그리고 밤 시간 동안에 나는 그가 내게 하찮은 호의를 베풀게 해줄 수 있도록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중략) 난 페미니스트들처럼 만만치 않은 여자가 될 것이다. 아니, 결코 그렇게 될 수는 없다. 아니면 내게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 물론 서른 살이 된다면, 예전처럼 비쌀 수는 없을 것이다. 스무 살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럼 나는 최고 가격을 받을 텐데...](본문 118~119페이지)

[천사의 음부]에는 세 사람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여주인과 아니타, W218은 책을 읽어가는 동안 주인공과의 관계가 모호하게 구성되고 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는데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관계는 소설이 끝나는 동안까지 오리무중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현실과 과거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현실이라는 동일한 시공간에 배치함으로써 나타나는 모호함은 주인공 아니타가 자신을 바라보는 혼란스러운 시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피지배자로서 여성이 겪게 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천사의 음부]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주인공이 일기에서 아버지에게 자신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고백하는 부분이다. 남성지배의 피해자이면서 그러한 구조적 모순을 바라보는 여성 이중적인 태도의 인식의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의 문제에 대처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성(性) 문제라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 전반의 문화적 요소에 문제제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천사의 음부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

한 남성으로 살아오며 남성 우월주의라는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문명을 일으켜오는 동안 절대약자의 위치에 머물렀던 여성의 지위가 남성과 동동한 위치에서 인간 본연의 권리를 자연스럽게 향유하며 남성, 여성 양자가 조화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시대는 요원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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