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 책과 사람, 그리고 맑고 서늘한 그 사유의 발자취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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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속에 담긴 스승과 벗
어느 날 문득 소소하지만 소중하게 여기는 내 책장을 가만히 바라본다. 유난히 마음이 가는 책이 있다. 그 책과 함께 하는 시간동안 내게 한없는 즐거움과 뿌듯함을 안겨주었던 책들이다. 그런 책들은 책장에서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게 된다. 눈길이 스칠 때마다 책에서 느낀 그 감동을 잊지 않고 마음에 세기고 싶은 욕심일지 모른다. 내가 책을 대하는 마음이 이렇다면 책과 더불어 학문을 하고 자신의 삶을 꾸려갔던 우리 역사 속 선비들은 어떠했을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자신의 뜻을 담은 서재를 꾸미고 그 공간에서 문학을 논하고 벗을 사귀며 백성과 나라에 대한 충심을 보였던 선비들의 서가에는 어떤 책들이 있었을까? 그 물음에 답을 주는 책이 있다.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가 그 책이며 푸르메에서 발간했다. 옛 책을 가까이 접하는 저자 김풍기 교수는 옛 선비들 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책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전해지며 오늘날까지 그 존재를 드러내는 책이나 이미 사라져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책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이 책에는 전등신화, 금오신화, 기재기이, 서유기 등 소설책뿐만 아니라 선비들의 시문을 모은 고문진보, 문선, 규장전운을 비롯하여 당시 서민들의 기초교육을 담당했던 서당에서 교재로 사용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맹자, 소학, 천자문, 자치통감 등과 함께 불교의 수행과 관련 된 사십이장경, 선가귀감 그리고 조선과 중국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사고전서, 연암집, 발해고, 정감록, 조선부 등 총 27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섯 가지 분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오랫동안 책을 읽으면서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만들라는 충고를 무수히 들어왔다. 마음으로는 언제나 내게 주어진 안온한 삶을 버리고 드넓은 광야로 걸어나갔지만, 이 몸으로는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삶을『사십이장경』은 내게 권하고 있다.](본문 256페이지)

현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소설에 대한 흥미는 옛날 사람들도 대단했다. 중국의 전등신화를 모델로 한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의 설명이나 학문을 비우기 시작하는 단계에 배웠던 천자문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흥미를 불러온다. 근엄한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선비들이 저자거리에 나도는 이야기를 모아 책을 만들었던 이유도 찾아보고 호학군주로 책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정조가 사고전서를 구하려고 했던 노력에서는 책을 향한 사랑이 상상을 초월하게 한다. 또한 수산 광한루기라는 책을 통해 평비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게되어 참으로 흥미로웠다. 이렇듯 저자는 각각의 책이 만들어지게 되는 배경이나 많은 선비들이 어떻게 그 책을 읽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넘기는 책장마다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책은 자신만의 운명을 지닌다. 사람들의 눈길을 전혀 끌지 못하는 하잘 것 없는 책부터 위대한 정신을 담은 책에 이르기까지, 어떤 책이든 나름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본문 278페이지)

책은 만들어지고 읽히면서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책 스스로도 그 운명의 변화를 맞는다. 대단한 장서가로 유명했던 홍길동의 저자 교산 허균의 그 많은 책들은 어디로 갔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책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 하는 저자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어떤 책 역시 시간이 흘러 어떤 운명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선인들이 책을 만들며 책 속에 담은 뜻을 오늘날까지 이어받아 그 정신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나에게 왔던 책이 나의 생각을 변화 시키고 삶의 방향을 제시하며 책 스스로의 운명을 다해가는 것처럼 진정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옛 지식인들이 책을 대하는 마음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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