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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페리온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
프리드리히 휠덜린 지음, 장영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0월
평점 :
한 청년의 고뇌와 성찰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할 것 같은 청년시절, 누구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과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온갖 물음을 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이때라 생각한다. 안으로는 자아에 대한 성찰을 시작하여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려고 하고 밖으로는 자신이 속한 세상에 대한 이상의 실현과정에서 부딪치는 한계를 느끼며 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시기 또한 청년기이다. 이러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를 만난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휘페리온]을 통해서다.
[휘페리온]의 작가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괴테, 쉴러와 동시대 사람으로 독일 시인이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프리드리히 횔덜린 역시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존재 자체가 미흡할 정도로 평가 받지 못한 작가였다. 반평생 불후한 삶을 살았던 그의 삶이 이 소설 속에 담겨진 듯하다. 현대 서정시인의 선구자 횔덜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시 [반평생]을 비롯하여 유일한 소설 [휘페리온]과 미완성 희곡 [엠페도클레스]가 있다.
[휘페리온]은 그리스 청년 휘페리온이 친구 벨라르민, 연인 디오티마와 사이에 휘페리온이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를 이상의 세계로 생각하는 스승 아다마스와의 교류를 통해 신화, 역사, 수학, 자연, 천문학 등을 배우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았다. 한편, 혁명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알라반다라는 새로운 인간형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들은 네메시스 동맹에 참여하며 이상주의와 행동주의 사이의 갈등으로 표현되는 둘 사이의 차이로 갈라서고 만다. 휘페리온이‘미’라고 부르던 연인 디오티마와의 만남으로 그동안의 사상적 혼란을 종합하는 계기를 맞는다.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휘페리온]을 통해 크게 세가지 인간형이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세계의 본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던 시기의 스승 아다마스는 성찰주의자로, 네메시스 동맹에 가입하고 혁명투쟁 참여하는 알라반다는 행동주의자다. 이 둘은 인간의 지평에서 자유를 지향하는 인물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 안에서 막힘없는 자유를 구가하는 인상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이상세계 그리스 정신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연인 디오티마가 있다. 이러한 인간의 유형들과의 교류를 통해 휘페리온은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전일성의 관점]에 서게 된다. 그것은 신과 인간, 자연이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학문과 종교, 예술이 하나를 이루는 전일의 세계를 이야기 한다.
[휘페리온] 한 젊은이가 성장하며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중요 요소를 편지글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솔직하고 성실하게 전해주고 있다. 누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휘페리온이 자신의 일부라고 했다는 것처럼 이 소설 속에 프리드리히 횔덜린 작가의 자신을 사상적 흐름의 경험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접하는 작가에 익숙하지 않은 문체까지 읽어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름다운 문장이다. 은유가 곳곳에 숨어 있어서일까.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가기가 무척 어려웠다.
세상과 자신의 그리고 스스로 내부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이중성에 대한 생각에 깊이를 더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곁에 두고 은미하며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