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정호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바로 내가 영자입니다.
깨달음을 위해 속세와 단절하고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을 보면서 늘 부러움이 있는 속인이다. 그 부러움이란 호적한 산속에서 생활하는 여유로움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모습도 물론 아니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깨달음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용감했던 그 결단의 순간이 부럽고, 쉼 없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마음이 부러운 것이다. 그 부러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분을 만난다. 고요한 마음으로 쉼 없이 대중과 만나며 대중들이 편안한 마음을 얻고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시는 분이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라는 책으로 만난 정호스님이 그분이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이 책은 용인 대각사의 정호 스님이 깨달음의 수행생활과 대중과 만나는 과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엮었다. 그러기에 이 책에는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생활인들의 속내가 담겨있다. 태어난 사람으로 어쩌지 못하는 생, 노, 병, 사 등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도 있고 생활인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내내 가슴에 피멍이 들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나눔, 지혜, 명상 세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그 속에 담긴 저자 정호스님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로 당신이 영자입니다] 라는 머리말 속의 일침에서 자신 스스로와 대면하게 만들고 있다.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스스로 돌아봄이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모두에게 출발점임을 제시한다. 살아가는 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그 어떤 문제를 대하더라도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그 해결책이 분명하게 있다는 말일 것이다. 단지 불교라는 한 종교의 틀 안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과의 불화, 거식증, 경제적 어려움, 알코올 중독, 고부 갈등, 학업문제, 동성애 등 인간세상 삶속에 누구라도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그 어려움을 벗어나는 길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기에 더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는 수행의 길을 가는 스님의 자기고백이며, 함께 그 험난한 길에서 있는 도반들을 향한 일침이며, 여러 가지 제약으로 수행의 길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먼저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안내문 같이 느껴진다. 기약도 없는 길을 나선 나그네처럼 깨달음의 순간이 맞이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길이지만 그 길에선 수행자들의 내면을 볼 수 있어 미약하게나마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자연스러워지자. 좋고 잘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제철에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다우며,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하는 사람이 가장 훌륭하다. 여기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52페이지)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느끼게 될 때면 누구나 찾는 것이 있다. 대상은 각기 다를지라도 뭔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생각이다. 그 힘든 순간의 위안을 삼고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지하고 안주하려는 마음 역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그 해결의 주체는 나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험난하고 고통의 인간세상일지라도 살아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의 저자 정호스님의 주석하시는 사찰이 쓰레기장임을 선언한 의미가 그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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