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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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는 사과나무 혼자서만 살아갈 순 없다.
자연과 식물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한 책이 있었다. 강혜순 교수(생물학 전공)의 [꽃의 제국]이라는 책으로 원시 생명체로부터 식물이 태어나 진화해 간 원리, 수많은 종의 식물이 이 세상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게 된 과정을 이야기한 책이다. 단순히 식물의 번식을 이론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닌,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그런 과정을 거치는지 다큐멘터리식 구성을 갖추어 이야기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성공한 식물로 장미와 사과를 꼽고 있으며 사과와 장미가 어떻게 인간의 사랑을 받고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식물의 입장에서 바로보고 있어 당시 충격을 받았던 책이다.

최근 그러한 책을 다시 만났다. [기적의 사과]라는 책으로 한 일본인 농부가 무농약, 무비료 자연농법으로 생산한 야생의 맛이 살아있는 사과재배에 성공한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그 대단한 일을 성공한 주인공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사과농사를 시작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나같이 사과 무농약 재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도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은 요동쳤다.](기무라 아키노리)

이런 대단한 도전을 한 사람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그런 도전의 기반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 관심 가는 분야에 미치도록 몰두하여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 있었기에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냈으리라 본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그 일 즉, 온갖 벌레와의 전쟁, 사과나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안타까움, 주변 사람의 냉대, 끝없는 좌절의 고통을 감내하며 끝내 죽음까지 생각하게 되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식물이 자연과 투쟁에서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연상하게 한다. 그 모든 역경을 헤쳐 결국 이룩한 성과는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도 알게 한다.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인간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를 깨닭고 난 후 얻어진 성과이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구도의 길을 걸어가는 구도자의 삶을 보는 듯 하다.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였다.
사회를 구성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사과나무 역시 자연의 일부이라는 것이다. 이를 알고 인정하는 과정이 바로 소중한 교훈이라는 생각이다. 사람이 인위적인 품종 개량으로 만들어낸 사과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농약과 비료를 전재로 한 식물이기에 그런 나무를 자연과 동화되게 만들고 그 속에서 열매를 맺게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인지 모른다. 사과나무는 사람이 만들어 준 인위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홀로 독립적인 사과나무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 함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이 농부의 위대한 성공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무한정 쓰기만 하고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문명을 이룩해 왔던 사람들의 역사에서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바라보고 있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현실적으로는 자연은 극복의 대상으로 만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시기에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성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나무만 보고 흙은 보지 못했다는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성공을 이룬 후 바램처럼 무농약, 무비료 자연농법의 지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많은 지역 여러 가지 품종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그 길만이 고난의 길에서 성공한 사람에게 소리 없는 따스한 격려를 전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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