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의 과정은 결코 쉼과 여유 그리고 평화를 누리는 것 만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동안 겪는 모든 것이 순간순간 힘들고 고통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그 과정을 끝내고 출발한 제자리로 돌아와서도 금방 여행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여행이듯 여행에서 돌아와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동안 하나 둘 간밤에 내린 눈 처럼 그렇게 삶속에 스며들 것이다.

[눈 오는 아프리카] 선입견으로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만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시작부터 예견되는 듯 한 제목이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젊은 소설가 권리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저자 권리는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단단한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과정을 차분하게 밟아가는 것 같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나 생활해 가는 방식 등 젊은 사람답다는 느낌이다.

나름 유명한 화가인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과 아버지가 남긴 그림들과 얽힌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속 중심에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장해 가는 한 젊은이의 성장소설 같기도 하다. 같은 또래 유석과 쇼타가 자신의 현재를 규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새롭게 만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며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현안에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유석은 아버지의 그림 [야마의 자화상]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며 [눈 오는 아프리카]라고 명명한 아버지의 미완의 작품을 자신의 눈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여행의 동반자 쇼타 역시 사라져 버린 형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한편의 여행기를 보는 듯 하다. 이 두 요소가 적절하게 이어져 흐름을 만들고 있다. 자신이 직접 여행한 곳의 느낌과 감동을 소설 속에서 고스란히 옮겨놓고 있다. 유럽과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두루 섭렵하는 여행이다. 또한 미술작품이 중요 소재이기에 젊은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청춘시기 가치관의 혼란, 미술품의 위작 논쟁, 사람들의 배신과 음모, 여행, 낯선 문화와의 교류 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럴까?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더디다. 그것은 여러 이야기의 혼재 속에 읽어가는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유석이 긴...여정에서 돌아온 그 자리에 무엇이 남았을까? 눈 오는 아프리카 그 하얀 캔버스를 채워갈 내용은 결국 오랜시간 많은 나라를 거쳐 낯선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겪은 그 무엇이 될 것이다. 작가가 앞으로 그려갈 그 그림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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