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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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바다를 표류하다.
한반도, 역사적으로 반도 국가는 바다와 친숙한 관계를 맺어왔다. 바다를 통해 문물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갇힌 나라에서 열린 나라로 진출을 시도하기도 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역시 그런 삼면이 바다인 나라다. 우리민족 역시 바다와 친숙할 텐데 바다와 관련된 기록은 쉽게 접할 수가 없다. 이유야 많겠지만 의외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강현이라는 사람의 [관해기]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반도인 국가에서 바다의 생활과 민속, 지리, 과학, 역사, 신화, 생태 등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다를 바라보게 해 나의 시각을 새롭게 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그런 기록은 분명 있을 것이기에...관련학자들의 몫이라 돌리며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외부 세력과의 단절을 통해 내부를 지키려는 기조를 유지했던 조선시대에 땅의 끝이라 여겼던 바다를 표류하다 낯선 땅을 방문하고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이 있다. 바로 최부라는 사람의 [표해록]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과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 그리고 최부의 표해록은 세계 3대 중국 여행기에 꼽힐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선 최부는 어떤 사람일까? 조선시대 선비이자 문신관료로 1482년 문과에 급제했다. 1487년 추쇄경차관으로 임명되어 제주에 파견되지만 1488년 부친상을 당해 제주에서 고향 나주로 바다를 건너오다 표류해 중국 남부 해안까지 밀려갔고, 중국 강남 및 산둥 지역을 거쳐 북경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왔다.
[표해록]은 바로 최부가 이 과정을 정리해 성종임금에게 올린 일지형식의 보고서다. 이 최부의 표해록을 저자는 원문을 해석하고 설명을 덧붙여 우리에게 전한다.

최부는 42명의 일행과 함께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의 위험도, 해적과 대적에서도, 낯선 땅 중국에 관원들을 만나서도 조선 선비로서의 자존을 지키며 한 나라를 대표하는 높은 긍지와 당당함을 보여준다. 표류 후 조선에 돌아오기까지 135일간의 생생한 기록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더불어 동아시아의 풍습, 문물 등을 조선 사람의 눈으로 살펴본 소중한 기록이다. 더불어 높다란 신분 사회임에도 신분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버리고 사람을 위하는 선비의 자세는 물질이나 또 다른 신분적 요소로 갈등과 편견이 오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의미 중 하나가 선조들의 소중한 경험을 오늘에 되살려 민족으로서의 자존을 높이고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희망으로 바라보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소중한 유산일지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역사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최부의 [표해록]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기록을 찾아내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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