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인권의 나라 미국의 양면성
겉으로 보이는 것 만으로 진실을 다 알 수는 없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다정한 웃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발톱을 알아보기엔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늘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는 현실이 답답하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온 우리에게도 어쩜 익숙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자국민에게는 철저하리만큼 인권적인 나라가 미국인 동시에 세계의 우두머리로 자처하며 자행하는 온갖 만행 또한 잘 포장된 그 미국의 얼굴이다. 구 소련과 대치하던 냉전시대가 허물어지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온갖 무기를 동원하여 침략을 일삼은 나라 역시 미국이다. 왜? 유독 그 대상이 되는 나라들이 북한을 제외하고는 중동에 몰려있게 되는가? 이미 다 알려진 바대로 석유자원과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피해 당사국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만행을 저지르며 세계 경찰로 자임하면서 충돌하게 되는 미국은 국제적 이미지와는 상관없어 보인다.

[관타나모 해군기지]는 그런 미국의 양면성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미군의 해외기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이며, 쿠바 섬 남동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160평방킬로미터의 면적에 미군과 군속, 가족 3천여 명이 살고 있는 쿠바 속의 미국이다. 관타나모 기지에 최고의 긴장감이 흘렀던 것은 1962년 10월에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 때였다. 미국은 즉시 관타나모 기지에 해병 2개 사단을 증파했고, 1964년에는 쿠바측이 기지에 대한 물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냉전이 종식되면서 관타나모 기지의 중요성도 많이 떨어져, 한때 500명 정도의 군인이 주둔하는 사격훈련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관타나모 해군기지]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게 된 것은 2001년 9.11사태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로잡은 사람들을 이곳에 설치한 수용소에 억류하면서 부터이다. 현재 오바바 미국 대통령은 정식 취임하면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어쩌지 못하는 현실이하고 한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는 아프카니스탄 이미 2세인 저자 마비쉬 록사나 칸이 로스쿨에 다니며 관타나모 수용소의 내밀한 실상과 그곳에 기약도 없이 억류되어 있는 사람들의 애절한 사연들을 알게 된 이후 그 사람들을 돕기 위해 통역 봉사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가 그곳에선 만난 사람들은 종교와 이념 등과는 상관없이 불법 연행되었고 미국이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가장 기초적인 인권으로부터 너무 멀리 있는 사람들이였다.

그녀의 아버지를 닮은 소아과의사, 보행기가 없으면 운신도 못하는 여든 살의 중풍 환자, 자기 집 상수도 설치를 놓고 사촌과 싸우다 붙잡혀 온 염소치기 청년 등 많은 사람들이 미군이 내건 현상금에 팔려서 끌려왔고, 부시 정부의 눈 밖에 난 알자지라 방송의 카메라 기자도, 심지어는 테러리스트들이 기폭장치로 애용하는 카시오 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잡혀온 과학교사도 있었다.

낯선 환경의 사람들이지만 곧 친숙한 가족과도 같은 사이가 되면서 관타나모에 갇힌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을 듣게 된다.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부모고향이지만 자신의 원 뿌리며 친척들이 살고 있는 아프카니스탄을 방문하면서 보다 깊은 이해를 하게 되는 저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확신과 더불어 관타나모에 수용된 사람들이 진정으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가를 알게 된다. 그 속에 희망의 싹도 보인다.

[관타나모 수용소] 어떻게 보면 미국의 딜레마일지 모르겠다. 죄목도 모르고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미국정부와 미국 사람을 구분하여 볼 수 있는 여지도 없게 만드는 현실이 오늘의 미국인 것이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답답했던 가슴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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