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안데스 음악을 찾아서
저문강 지음 / 천권의책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네가 나를 어떻게 했지?
문득 대금소리가 가슴에 담겨 한동안 대금소리를 찾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오래되어 언제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 느낌이 남아 내내 살아 있었나 보다. 지금은 손에 대금을 들고 하루라도 그 소리를 내보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가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다. 나로 하여금 무엇이 그렇게 대금에 이끌리게 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그 소리와 함께 살아가며 충분히 행복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살아가며 그것이 무엇이든 영혼이 이끌리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행운일거라 생각한다. 내게 대금은 그런 것이다.

광주에서 주기적으로 비엔날레가 열린다. 미술관련 테마가 중심이지만 비엔날레를 기다리는 마음은 딴 곳에 있다. 그때는 낯선 나라 사람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라 산책도 할 겸 쉬엄쉬엄 걸었던 어느 날 낯선 음악을 듣게 되었다. 모습도 다르고 낯선 악기에서 나오는 경쾌한 바람소리 같은 그 음에 이끌려 한참을 듣고 있다가 호주머니를 털어 CD 한 장을 구입했다. 안데스 음악은 나에게 그것이 처음이고 마지막이 아니였나 싶다.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정말 근사한 말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영혼을 사로잡고 운명을 바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의 마음과 혼이 담긴 안데스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소리, 그 속에는 그곳의 냄새가 있고 표정이 있고 삶이 있다.
저자 조영대는 영혼을 울린 음악을 매개로 그 음악의 산실 안데스 지역을 음악만을 위한 여정을 걸어 온 사람의 이야기다. 우연한 기회에 음악에 사로잡혀 이제 평생을 그 음악의 선교사 같은 임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란다.
그렇게 꽂힌 음악을 가슴에 담고 그 음악의 고향을 둘러보는 발걸음은 여느 여행자의 눈과는 분명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다.
마무리에는 본문을 읽어가며 낯설어했던 악기들에 대한 설명이 있어 안데스 음악으로 한발 더 이끌어가는 재미가 있다. 산책길에 빈 호주머니를 털게 했던 그 소리의 악기가 안따라라는 악기인가 보다.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낯선 땅 낯선 사람들 하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마음이기에 보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들이 펼쳐지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특히 지명과 사람이름이기에 읽어가는 동안 내내 불편함이 있지만 그것 또한 저자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따스한 미소가 머문다.
여행자의 눈으로 동경의 대상이 되는 자연의 아름다움, 오랜 역사적 유물, 각 나라의 구성원 이 모든 것에 저자는 [안데스 폴클로레]를 공통분모로 해서 살피고 있다. 그래서 어설프게 보이는 사진도 더 정감이 간다.

익숙하지 않은 음악, 낯선 이국땅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 넘치는 따스한 마음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참으로 부럽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온 몸으로 받아 잘 익어가는 과일처럼 저자는 안데스 음악을 통해 그렇게 익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 과일의 향과 맛은 어떨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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