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 지음, 현현 엮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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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사물의 본질을 깊이 있게 알아보는 것 보다 보이는 현상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굳이 이런저런 내면의 무엇을 찾을 필요 없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게 느낄 수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복잡할 것 없이 그렇게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들리고 보이는 모습에서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 많다. 힘들고 어려운 구도의 길을 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세간의 눈으로 다 알 수도, 볼 수도 없겠지만 속가에 사는 범부의 눈으로 볼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에 보이고 들리는 그대로가 전부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세상에는 절대 못 말리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벌 떼, 거지 떼, 중 떼가 그것이고 벌은 몰라도, 거지들과 스님들이 속세에서 더 이상 잃을 것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는 그 중 떼들의 이야기다.

젊은(?) 비구니 두 분이 불가와 인연 맺고 지리산에 들어 구도의 길을 가는 모습이 잔잔한 미소와 함께 그려지고 있다. 속세를 떠난 사람들의 사연이야 누구하나 쉬운 것이 없을 것이지만 두 스님의 은사스님인 정봉 스님과 더불어 만만찮은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스님들은 보이고 들리는 모습이 그 분들의 전부이길 바래본다.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는 2006년 전부터 운영해온 블러그 [보리심의 새싹]에 올려 세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었던 글들을 모은 내용이라고 한다. 스님들이 사는 곳이 지리산 화개 골짜기로 속세와 떨어진 곳이지만 마음으로는 그리 멀지 않게 살아가나 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다. [한 평짜리 방의 행복]에서는 한 평 토굴에서 충만한 행복을 일구며, 그 행복을 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애쓰는 수행자들의 청빈한 삶, 감동적인 일상을 그리고 [세상사는 이야기]에서는 로또, 삼재, 부적, 전생, 잘 죽는 법과 태교법, 수행자와 화장품, 채식, 인도 성지순례 등 사람들의 현실적인 관심사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선(禪)의 길 자유의 길]에서는 출가했던 아니든 수행의 길을 가는 수행자에게 꼭 필요하고, 올바른 수행을 위해 반드시 새겨보아야 하는 법문들을 모았다. 

내용 하나하나 수행 길을 걸어가는 스님들의 일상에 대한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는 내용들이지만 책을 읽어 가기가 쉽지 않다. 수행이 결국 그 길을 가는 수행자 자신의 철저한 실천이 담보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시끄러운 세상에 시끄럽게 살아가는 범부의 삶이 계율을 지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아가야 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잠작도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청정한 수행의 길을 한발 한발 걸어가는 천진과 현현 두 도반의 모습 그리고 묵묵히 자애로운 모습으로 이들을 지켜가는 은사 스님이 있어 오랜만에 구도자의 참 모습을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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