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이방원은 알았을까. 칡덩굴처럼 서로 얼켜서 살아보자고 '하여가'를 지어 정몽주를 설득했던 이방원은 칡의 생리를 알고 한 말이었을까. 어쩌면 칡의 생리를 너무도 잘알아 서로 얼켜지내다가 결국엔 초토화시켜버릴 심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칡은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서 사이좋게 살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 일단 자리를 잡으면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순식간에 점령해버린다. 결코 양보라는 것이 없다. 공생이라는 숲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바로 칡이다. 하여, 이른바 '칡과의 전쟁' 중이다.
그렇더라도 칡은 사람들의 일상에 고마운 식물이었다. 뿌리, 줄기, 잎, 꽃 모두 요긴하게 쓰였다. 갈근이라 불리는 칡뿌리는 흉년에 부족한 전분을 공급하는 대용식이었으며, 질긴 껍질을 가진 칡 줄기는 삼태기를 비롯한 생활용구로 널리 이용되었고, 크게는 다리와 배를 만들고 성을 쌓은 데도 활용되기도 했다.
홍자색 꽃이 많이 달려 피는데 큰 꽃잎의 가운데 부분은 황색이다. 꽃에서 칡뿌리의 향긋한 냄새가 난다. 올 여름에 흰색으로 피는 칡을 처음 봤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관계가 어긋나기 마련이다. 까다롭게 뒤얽혀 대상을 힘들게하는 모습에서 연유한 듯 '사랑의 한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