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腸春心 단장춘심
-김 명 기
누가 마음이 꺾이지 않는 법을 물었다 내사 그런 걸 알 턱이 있나 마음이란 게 꽃 같아서 피어있는 시간 보다 무시로 저버릴 때가 훨씬 많은데 무슨 수로 그 시간을 가로젓는다는 말인가 어떤 날은 어떤 일이 오래 생각날 때가 있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잔영처럼 아무렇지 않게 봄날 한때를 거닐던 일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무슨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나는 벌써 마음이 수없이 꺾여버린 사람 차라리 마음이 꺾이는 법을 물었다면 그런 봄날 이야기나 해주었을 텐데 알 수 없는 물음에 한마디 거들지 못하고 지는 목련과 피는 벚꽃을 번갈아 본다 곧 저버릴 마음이 강길 따라 지천이라 그럴 수만 있었다면 이렇게야 안 살았겠지 이렇게야 못 살았겠지
*올들어 벌써 두번째 같은 숲에 들었다. 한참이나 더딘 봄이 굼뜨기가 여전하다. 간신히 고개를 내민 봄기운과의 짧은 눈맞춤을 아쉬워 하고 돌아서 내려왔다. 돌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모습을 기어이 보고야 말았다.
두어라 斷腸春心 단장춘심(슬프도록 벅찬 봄기운)이 너나 내나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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