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黃槿
제주도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식물 중 하나다. 첫눈에 보고 반해 모종을 구했으나 추운 겨울을 건너다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재주 좋은 벗이 씨앗을 발아시켜 나눔한 것을 소중히 키우고 있다. 꽃 볼 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오래전에 들어온 식물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올해는 고흥 바닷가에서 황근의 매력을 충분히 누렸다. 제법 큰 둥치로 자란 나무는 제주도에서 본 것 보다 컷으며 무리를 이룬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무리를 만나니 무척이나 반갑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