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의 벼슬 같은 맨드라미

醬甕東西增一格 장옹동서증일격
鳳仙紅白共繁華 봉선홍백공번화

장독대 이편 저편 운치를 더했거니
희고 붉은 봉선화와 함께 피어 있구나.

추사 김정희의 〈계관화〉 시 끝구다. 예전부터 봉선화와 함께 장독대나 울타리 밑에 심었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맨드라미는 그 꽃이 수탉의 벼슬과 같아서 한자로 계관화(鷄冠花)라고 쓴다. 똑같은 맨드라미라도 그 모양이 부채처럼 퍼진 것도 있고, 혹은 울타리처럼 넓적한 것도 있다. 또 혹은 덮여 늘어진 것도 있다. 그 이름이 제각기 다르고, 그 빛으로 말하더라도 아주 선연하게 붉은 것도 있고, 연분홍과 엷은 황색과 순백색도 있다. 혹은 한 송이에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다섯 가지 색깔이 뒤섞인 것도 있다.”

“맨드라미는 5,6월이 되면 그 줄기 끝에 닭의 벼슬 같은 꽃이 피어, 8,9월에 서리가 내릴 때까지 그대로 계속된다. 꽃이 고운 것보다도 피어있는 기간이 오래여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예전부터 이 꽃은 많이 재배했던 모양이다. 지금부터 7,8백 년 전에 고려의 시인 이규보가 자기 집 동산에 활짝 핀 맨드라미를 사랑해서 장편의 시로 노래한 것만 보더라도 이런 사정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다음은 “꽃을 사랑하고 시를 좋아했던” 고려사람 이규보의 시다.

鷄已化花艶 계이화화염
云何在溷中 운하재혼중
尙餘前習在 상여전습재
有意啄蛆虫 유의탁저훼

닭이 이미 꽃으로 변화하여서
어이해 뒷간 가운데 있나.
아직도 옛 버릇 그대로 남아
구더기 쪼아먹을 생각있는 듯.

사진은 내가 사는 동네 입구, 수로 가에 있는 맨드라미다. 매년 탐스럽게 자라나 붉디붉은 꽃을 큼지막하게 피운다. 출 퇴근 길에 눈맞춤하며 대부분 차로 지나치지만 매년 한번씩은 차를 세우고 다가가 인사를 나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마음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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