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 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
-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중 '각연사' 편에서
*바늘끝으로 무장한 땡볕이 기세가 등등하다. 요사이 아침 안개가 곱다고 했더니 따가운 햇볕이 예고한 것이라는 어른들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삼복더위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나날이다.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하다치더라도,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선 그 더위를 식혀줄 사람들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 더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8월 첫날이다.
"아프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