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꽃풀,
기다림을 알았을까. 몇년 전 한라산 기슭에서 처음 눈맞춤 한 후 같은 자리에서 거의 매년 보아오던 꽃을 내 뜰에서 마주한다.
네개의 꽃대가 올라오고도 한동안 꼼짝하지 않더니 어느날 부터 조금씩 달라짐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하얀색의 꽃이 보였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이 기특하여 아침 저녁으로 눈맞춤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정성을 기울인 것보다 더 큰 무엇을 전해주는 것, 야생에서 만나는 것과는 또다는 특별함이 있다.
한동안 실타래가 풀리듯 피어오르는 꽃 보는 내 마음도 몽글몽글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