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한 구경거리, 수선화水仙花

鼓翼鷄鳴第一聲 고익계명제일성
明星晢晢月西傾 명성절절월서경
水仙枕畔如相狎 수선침반여상압
芳潔令人夢不成 방결령인몽불성

나래 쳐 닭이 울어 첫 홰 소리 들릴 적에
샛별은 반짝반짝 저 달도 기울었네.
수선화 베게 머리 가까이 친하다면
깨끗하고 아리따워 꿈조차 못 이루리.

자하 신위의 시 수선화다. 이 꽃을 보려고 제주도를 방문한 지난해 2월 말에는 한창이던 수선화가 올해 3월 중순엔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수선화는 추사 김정희와 함께 연상되는 제주도의 꽃이다. 추사는 늦은 나이에 제주 유배생활이 10년이었다. 그때 이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수선화는 과연 천하에 큰 구경거리더군요. 중국의 강남 지역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제주도에는 모든 마을마다 조그만 남는 땅만 있으면 이 수선화를 심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수선화는 온통 노랑색의 수선화가 아니다. 금잔옥대(金盞玉臺)라고 부르는 수선화로 모양이 하얀 옥대 위에 올려진 황금빛 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사가 유배생활하던 제주도에는 "수선화가 하도 흔하다 보니, 제주도 사람들은 이 꽃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쇠풀이나 말꼴로 베어내고, 아무리 베어내도 보리밭 같은 데서 다시 돋아나기 때문에 시골 아이들과 농부들은 수선화를 원수처럼 여긴다고 하였다."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알뿌리를 얻어다 내 뜰에도 가꾸고자 한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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