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에도 풀벌레 우니

계절은 자정에서 바뀌고 이제 밤도 깊었다

저 수많은 길 중 아득한 허공을 골라

초승달 빈 조각배 한 척 이곳까지 흘려 보내며

젖은 풀잎을 스쳐 지나는 그대여 잠시 쉬시라

사람들은 제 살붙이에 묶였거나 병 들었거나

지금은 엿듣는 무덤도 없어 세상 더욱 고요하리니

축축한 풀뿌리에 기대면

홀로 고단한 생각 가까이에 흐려 먼 불빛

살갗에 귀에 찔러 오는 얼얼한 물소리 속

내 껴안아 따뜻한 정든 추억 하나 없어도

어느 처마 밑

떨지 않게 세워 둘 시린 것 지천에 널려

남은 길을 다 헤매더라도 살아가면서

맺히는 것들은 가슴에 남고

캄캄한 밤일수록 더욱 막막하여

길목 몇 마장마다 묻힌 그리움에도 채여 절뚝이며

지는 별에 부딪히며 다시 오래 걸어야 한다

*김명인 시인의 시 '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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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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