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다 받아드릴듯 활짝 열어젖힌 커다란 꽃잎에 어울리는 특이한 꽃술이다. 진한 주황색에 까만 점으로 수놓은 꽃잎의 화려함에 걸맞은 검붉은 꽃술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돋보여야 살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난 꽃들의 화려함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런 치장은 살아 대를 이어야하는 지엄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고, 목숨보다 더 무거운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반면에 어떤 경우엔 화려한 외모에 기대 외로움이나 슬픔,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치장을 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안으로든 밖으로든 이렇게 외모에 허세를 부린다는 것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은 어쩔 수 없다.

이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날마다 화려해져만 간다. 겉모양뿐만 아니라 마음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날로 화려함만을 찾아가는 마음은 외모의 화려함으로 소통을 꿈꾸지만 오히려 관계의 단절을 불러오는 경우를 빈번하게 목격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온갖 치장으로 자신을 꾸미고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아래 온전히 스스로를 내맡긴 참나리의 사명은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그 화려한 꽃잎을 떨구고 난 후 마지막 꽃술이 말라가는 그 간결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보듯 물기를 가득 머금은 꽃술에 마음을 얹어놓고 한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마 속을 건너는 여름날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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