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백발의 할머니 절로 떠오르네

詠白頭翁 영백두옹

鬢絲蕭瑟落花風 빈사소슬낙화풍

少日姸華一夢空 소일연화일몽공

須識靑春元易老 수식청춘원이노

草中還有白頭翁 초중환유백두옹

백두옹을 읊다

귀밑머리가 꽃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쓸쓸하니

젊은 날의 곱고 화려함 한바탕 꿈처럼 부질없네.

모름지기 청춘은 본디 늙기 쉬움 알아야 하니

화초 중에 또 흰머리 노인이 있네.

-이수광, "지봉지" 권2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스물두 번째로 등장하는 이수광(李睟光, 1563~1628)의 시 "詠白頭翁 영백두옹"이다.

할미꽃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봄에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 끝에 꽂봉오리가 열리면서 점차 아래로 굽는다. 꽃송이가 아래로 향하여 핀다. 꽃이 지고난 후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이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고초(老姑草) ·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

우리 역사에서 할미꽃은 신라 때 설총의 "화왕계"에서 왕에게 바른말을 하는 노인으로 등장한 이래 일반적 이미지가 노성한 인물로 나타난다고 한다.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흔하게 보던 꽃이었는데 이젠 보기 쉽지가 않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정겨움을 전하주던 대상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크기에 어느집 담장 아래나 화단에서라도 만나면 반갑기만 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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