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이다.
숲에 들면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에 익숙하다. 좌우를 살피고 위아래도 봐야하며 지나온 길을 돌아도 봐야 한다. 걸음을 옮기고 높이를 달리하고 속도가 변하면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다. 일부러 그렇게 봐야할 이유를 밝히기 전에 당연시되는 행동이다.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어느 때는 걸음을 멈추고 몸과 마음이 그 숲에 동화되도록 고요히 머물러 숨쉬는 것도 조심스럽게 행동할 때도 있다. 그런 후에 느끼는 숲은 또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숲에 들어 생명을 만나기 시작한 후로 달라진 태도다.

문득 눈을 들면 몇 걸음 앞서 보란듯 꽃을 피우고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건네는 꽃과 눈맞춤 한다. 느린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본다. 적절한 때그곳에서 멈춘 나와 꽃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꽃이 핀다고 그 꽃이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는 안다. 관련된 모든 인연의 정성을 다한 수고로움으로 꽃이 피듯 사람의 만남도 그러하다.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해 형성되는 공감, 이 모두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꽃으로 피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염화시중의 미소가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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