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꽃

부질없는 세상 못내 가련하여라

庭際有櫻桃花盛開 정제유앵도화성개

未三日還落有感 미삼일환락유감

花事無三日 화사무삼일

人生少白年 인생소백년

盛衰同一理 성쇠동일리

浮世更堪憐 부세경감련

정원에 활짝 핀 앵두꽃이

사흘 만에 졌기에 감회가 있어

꽃 소식은 사흘도 가지 못하고

인생사는 백 년도 되지 못하는구나

성쇠의 이치는 다 같은 법

부질없는 세상 못내 가련하여라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열 번째로 등장하는 이수광(1563~1628)의 시 '庭際有櫻桃花盛開 未三日還落有感'이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어서일까. 무수히 많은 꽃을 피우고 꽃 만큼 열매도 많이 열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미쳐 다 따먹지 못할 정도다. 이수광은 이런 앵두나무에서 주목한 것이 짧은 개화 기간으로 꽃이 지는 감회를 읊었다.

우선, 앵두하면 "앵두나무 우물가에~"로 시작하는 노래를 떠올린다. 지금이야 우물도 없으니 우물가를 서성이는 동네 처녀도 찾을 수 없다. 그렇더라도 앵두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궁궐에 앵두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세종과 문종 사이에 앵두와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효성이 지극한 문종이 앵두를 좋아한 세종을 위해 앵두나무를 심어 앵두가 익으면 따다 바쳤다. 그후 궁궐에 앵두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것이다.

지금 사는 곳에 터전을 마련하고 처음으로 심었던 나무들 중 하나가 앵두나무다. 다른 나무에 비해 가장 먼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두어해 눈과 입을 즐겁게 하더니 그 다음해에 죽어버렸다. 지금은 새로 심은 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앵두나무를 심은 이유는 앵두 익을 무렵 누군가 찾아오면 나눠 먹어도 좋을 것인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맞춰 찾는 이가 있다면 앵두나무로 이끌어 붉디붉은 앵두를 한 움큼 따서 입안에 넣고 새콤달콤한 맛을 즐기곤 한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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