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仙花 수선화

一點冬心朶朶圓 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雋邊 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砌 매고유미이정체

淸水眞看解脫仙 청수진간해탈선

오롯한 겨울 마음 둥글게 늘어뜨리니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 차갑게 주위를 둘렀네

고상한 매화도 뜨락의 섬돌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가에서 진정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세번째로 등장하는 김정희의 시 '수선화'다. 제주도 유배 시절에 지은 작품이다.

수선화를 특별히 좋아했던 김정희와 수선화의 인연은 젊은시절 중국 나들이로보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정희는 "맑은 물가의 진정 해탈한 신선"으로 묘사한 수선화의 이미지와 유배길에 올라 제주도에 머물던 자신의 처지를 연결지어 스스로를 돌아다 본 마음이 담겼으리라 짐작된다. 김정희가 좋아했던 수선화는 제주도에 흔하게 있던 금잔옥대로 본다. 이 책에선 금잔은대로 표현 되었다.

내게 수선화와의 인연은 오래 전 꽃 보자며 무등산 언저리를 드나들던 어느 봄날이었다. 길가에 홀로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이름을 알기 위해 알아보던 중 추사 김정희가 좋아했던 수선화라는 것까지 이어졌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에 주목하고 있던시절이라 무척이나 반가운 만남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사는 시골로 터전을 마련하고 뜰을 가꾸면서 심었던 것 중에 하나도 수선화였다. 김정희의 수선화와는 조금 다른 품종이다. 꽃대 하나에 노랑색의 꽃이 하나 피는 종류다. 금잔옥대라고 부르는 수선화를 들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올 이월 제주 꽃나들이에 선듯 나선 이유도 마음 한구석 이 금잔옥대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추사적거지는 아니었지만 김영갑갤러리와 이중섭미술관에서 오랫동안 눈맞춤 했다.

이 책에서는 수선화를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시 수선화의 "물결 밟는 선녀 버선에 먼지가 이는데 희미한 달빛 아래 사뿐히 물 위를 밟네"에서 빌려와 "달빛 아래 물결 밟는 선녀의 발자국"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얀 꽃잎에 금잔을 올려둔 듯한 꽃이 주는 맑은 기운을 가슴 한켠에 담아둔다. 김정희와 정약용이 수선화 주고 받으며 나눴던 마음을 알듯도 싶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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