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花 매화

姑射冰膚雪作衣 고야빙부설작의

香脣曉露吸珠璣 향순효로흡주기

應嫌俗蘂春紅染 응혐속예춘홍염

欲向瑤臺駕鶴飛 욕향요대가학비

고야의 얼음 같은 살결에 눈으로 옷 지어 입고

향기로운 입술로 구슬 같은 새벽이슬 마시네.

응당 속된 꽃들 봄에 붉게 물드는 것 싫어하여

요대를 향해 학 타고 날아가려는 게지.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두번째로 등장하는 이인로의 시 '매화'다.

매화梅花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라는 그림이다. 그림은 강 건너 멀리 보이는 높은 언덕에 소담스러운 매화가 피어 있다. 건 듯 부는 봄바람에 실려 온 향기가 강가에 이르러 뱃전에 부딪친다. 이미 술잔을 기울인 노인은 비스듬히 누워 매화를 바라본다. 매화와 배를 이어주는 것은 텅 빈 공간이다. 그 공간이 주는 넉넉함이 매화를 바라보는 이의 마음 속 여유로움과 닮은 듯싶다.

매화야 옛부터 사람들이 워낙 좋아해서 마음으로 담아 시나 그림으로 수없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만큼 매화는 특별한 존재였다.

증단백의 청우淸友, 임포의 매처학자梅妻鶴子나 암향부동暗香浮動, 소식의 빙혼옥골氷魂玉骨이나 아치고절雅致高節, 안민영의 황혼원黃昏月, 이황의 매형梅兄 등 모두가 매화를 가르키는 말이다.

옛사람에게만 그럴까. 오늘날에도 매화를 찾아 길을 떠나는 이들은 많다. 해가 바뀌는 1월이면 어김없이 섬진강가 소학정을 찾는다.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한겨울에 꽃을 피운다. 그 매화 향기를 맡고자 탐매의 길을 나서는 것이다. 혼자여도 좋지만 멀리 있는 벗과 만나 꽃그늘 이래 들어 정을 나눈다.

금둔사 납월홍매, 통도사 자장매, 화엄사 흑매, 단속사지 정당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전남대 대명매 등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 매화를 보러 탐매길에 나선다. 나귀나 말에서 타고 자동차나 기차로 이동수단만 달라졌을 뿐 매화를 보러 나선 사람들의 마음자리는 같을 것이다.

서둘러 봄을 불러오던 매화는 이미 봄바람에 밀려 지고 있다.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를 보며 이른 봄 섬진강가에서 함께 매화를 보았던 이들을 떠올려 본다. 매화처럼 곱고 깊은 향기로 기억되는 탐매의 추억이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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