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탁본
평안하다는 서신, 받았습니다
평안했습니다
아침이 너무 오래 저 홀로 깊은
동구까지 느리게 걸어갔습니다
앞강은 겨울이 짙어 단식처럼 수척하고
가슴뼈를 잔잔히 여미고 있습니다
마르고 맑고 먼 빛들이 와서 한데
아롱거립니다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흔들고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일으켜 세우며
강심으로 차게 미끄러져 갔습니다
이대로도 좋은데, 이대로도 좋은
나의 평안을
당신의 평안이 흔들어
한 겹 살얼음이 깔립니다
아득한 수면 위로
깨뜨릴 수 없는 금이 새로 납니다
물 밑으로 흘러왔다
물 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
흰 푸른 가슴뼈에
탁본하듯
*이영광 시인의 시 "탁본"이다. 전해 온 안부가 어떻게 탁본이 되듯 가슴뼈에 살얼음으로 깔리는 것일까. 이대로도 좋다는 위안이 칼날이 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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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