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七日戊子 초칠일무자
萬事思量無係戀 만사사량무계련
惟有牙籤一癖餘 유유아첨일벽여
安得一日如一年 안득일일여일년
讀盡天下未見書 독진천하미견서
12월 7일의 일기
인간만사 아무리 떠올려 봐도
마음에 끌리는 것 하나 없지만
한 가지 고질병은 여전히 남아
아첨이 꽂힌 책을 사랑한다네
일년처럼 긴 하루를
어찌하면 얻어 내어
보지 못한 천하의 책을
남김없이 읽어볼까
*조선사람 통원(通園) 유만주(兪晩柱 1755~1788)가 서른 살 때인 1784년 12월 초이레 아침에 썼다는 시다. 서른 살의 패기가 넘친다.
코끝이 시린 차가움으로 가슴을 움츠니지만 싫지는 않다. 매운 겨울이 있어야 꽃 피는 봄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두고 "1년 365일 처럼 긴 하루는 없을까?" 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주는 깊고 넓은 위로를 안다.
그 힘으로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