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산행
閒花自落好禽啼 한화자락호금제
一徑淸陰轉碧溪 일경청음전벽계
坐睡行吟時得句 좌수행음시득구
山中無筆不須題 산중무필불수제

산길을 가다
조용한 꽃 절로 지니 고운 새 우짖고
외길 맑은 그늘 푸른 계곡 따라 도네
앉아 졸고 가며 읊어 가끔 시 되어도
산에 붓 없으니 적으려 할 것도 없네

*조선사람 김시진(金始振, 1618~1667)의 시다.

숲에 들어 한가로운 걸음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헐거워진 숲에는 까실한 볕이 들어올 틈이 넓어졌다. 누운 나무 둥치에 깃들어 사는 이끼들에게도 볕이 찾아 들었다.

겨울을 건너기 위해서 볕의 온기가 필요한 것은 이끼뿐 만이 아니다. 숨을 쉬는 모든 생명들에게 틈을 열어 온기를 품도록 허락하는 가을숲의 여유로움이 고맙다.

없는 붓을 핑개로 수줍은 감정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는 가을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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