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백리향
가야산 칠불봉에서 만난 백리향의 바람에 잔잔하게 흔들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높은 곳 척박한 환경에서 안개에 의지해 살아가면서도 특유의 제 빛과 향기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울릉도 여행길에 내심 기대했던 것이 섬백리향을 보는 것이었다. 나리분지를 찾은 것도 팔할은 이 꽃을 보자는 이유다. 기대가 컷던 것일까. 자생지의 무리진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쉬움만 남는다. 자생지 근처에서 터전을 일궈가는 이의 손길에 피어난 섬백리향으로 그 아쉬움을 대신 했다.
연분홍 꽃들을 피우는 섬백리향은 초본이 아니고 반관목이다. 고산지대의 산정 및 바위곁이나 해변 바위 근처에 산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 볼 수 있다. 밝지 못한 내눈엔 백리향과 구분이 어렵다.
나리분지의 섬백리향 자생지를 보면서 식물의 자생지를 관리한다는 것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과잉개입과 방치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 일일지ᆢ. 자생지의 만개한 모습은 상상 속에만 남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