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溪驛
得句偶書窓 득구우서창
紙破詩亦破 지파시역파
好詩人必傳 호시인필전
惡詩人必唾 악시인필타
人傳破何傷 인전파하상
人唾破亦可 인타파역가
一笑騎馬歸 일소기마귀
千載誰知我 천재수지아

임계역
떠오른 글귀 써서 서창에 붙이니
종이 찢어지면 시 또한 찢어지리라
좋은 시라면 남들이 반드시 길이 전할 것이고
나쁜 시라면 남들이 꼭 침뱉고 말리라
남들이 전해준다면 시가 찢어진들 속상할 게 없고
남들이 침뱉는 거라면 찢어져도 좋으리
한번 씩 웃고는 말 타고 돌아오나니
오래 세월 지난 뒤 그 시만이 나를 알리라

*조선사람 어세겸(魚世謙 1430~1500)이 정선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임계역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지은 시라고 한다.

무슨 감흥이 돋았는지 밤사이 창문에 시를 남겼다. 혹여나 지금 이 심정을 공감하는 이가 있어 후세에 전해진다면 글 속에 묻어둔 자신을 알게 되리라고 소망한다.

그 하룻밤이 가을 어느 때를 건너는 중이었으리라 짐작만 한다. 계절뿐 아니라 삶의 때도 그 언저리 어디쯤은 아니었을까 싶다. 스스로를 다독여야 할 시절인데 소슬한 바람이 부는 가을밤이라면 일어난 감회를 이렇게 다독이지 않았을까.

내달리는 가을에 채찍질이라도 하듯 비가 내렸다. 옷깃을 잘 여며야 하는 것은 드는 바람을 막고자 하는 것보다 나가려는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우선이다.

혼자 마시는 감미로운 차 한잔의 위로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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