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듯 생각도 멈춰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까"

딱히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노랫말이 있다. 한 노래의 가사이고 그것도 앞뒤 가사는 잘라먹고 극히 짧은 대목만 무한 반복된다. 이렇게 멜로디와 가사만 떠오를뿐 가수도 제목도 오리무중일 때는 난감하지만 그것에만 집중해도 좋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마시따밴드의 '나는'이라는 노래의 일부다. 음원을 찾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듣지만 그 짧은 부분의 가사에 몰입되어 무한 반복적으로 중얼거릴 이유는 결국 알 수가 없다. 읊조리듯 편안한 멜로디에 노랫말 역시 억지를 부리지 않은 편안함으로 가끔 찾아서 듣는 밴드의 노래다.

느긋하게 집을 나서기 전 뜰을 돌아본다. 아침 햇살을 품은 용머리가 서로를 외면하고 등을졌다. 흥미로운 눈맞춤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그대로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

토라져 다문 입술처럼 불편한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은 모습과도 닮았다. 이럴때는 다른 수가 없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 송곳처럼 뾰쪽한 속내가 누그러뜨려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멈춰버린 시간이 무겁다.

하루 연차를 내고 목공실에 왔다. 논 한가운데 있어 주변엔 시들어가는 꽃들 사이로 새롭게 피는 꽃이 제법 있다. 건물 그늘에 앉아 '나는'이라는 노래에 온전히 들어본다.

이 노래를 떠올리는 것이 이제 가을 속으로 들어왔다는 신호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는다.

https://youtu.be/7m4tUs6jv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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