描山描水總如水 묘산묘수총여수
萬草千花各自春 만초천화각자춘
畢竟一場皆幻境 필경일장개환경
誰知君我亦非眞 수지군아역비진

신처럼 산을 그리고 물을 그리네
온갖 화초가 다 활짝피어 있네
피경 이 모두가 한 바탕 꿈
너와 나도 참 아닌 것을 누가 알리오

*조선사람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의 시다.

무엇이 그리 바빳을까.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이유가 이리 황망하게 가려고 그랬나 싶다.

여름날 소나기 지나가듯 먼 발치서 겨우 몇번 만났다. 딱히 이렇다 할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 나에게도 이리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먹먹한데 그를 가까이 두었던 그 많은 이들은 어떨까. 앞으로 한동안 지리산 기슭이 텅 빈듯 공허할 것이다.

이제 나는 바래봉이나 노고단, 벽소령 등 지리산 소식을 누구에게서 들을 수 있을까. 그를 떠올리게 하는 꽃을 찾다가 그가 자주 찾던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만난 노각나무 꽃을 떠올렸다. 온몸을 통째로 떨구었으나 살아 생전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그 삶과 이토록 닮은 꽃이 또 있을까 싶어 두손 모아 그 앞에 바친다.

"피경 이 모두가 한 바탕 꿈
너와 나도 참 아닌 것을 누가 알리오"

고영문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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