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쯤이었다. 숲길에서 떨어진 꽃을 보고서야 꽃이 핀 것을 확인하는 일이 몇해를 두고 반복되었다. 독특한 수피가 좋고 만지면 맨질거리는 질감과 더불어 차가운 기운을 전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나무의 매력이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꽃을 피워 통으로 떨군다. 쉽게 상하는 꽃잎이 마침 장맛비에 이그러진다. 마지막까지 처절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내놓고서야 다음 생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듯 주저함이 없다. 그모습이 좋아 매번 나무 그늘로 들어선다.

한해의 절반을 무사히 건너왔다. 다시 맞이할 시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으니 내일도 한가지임을 의심치 않는다. 딱, 그 경계에서 피고지는 노각나무 꽃을 바친다.

헌화가, 

꽃마음을 온전히 누리는 것은 받는 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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