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암요. 처음 그곳을 간 것은 한밤 중 누군가에 의해 이끌려 갔다. 첩첩산중이지만 까만 밤하늘이 환하게 열린 곳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 나눈 이야기 중 근처에 물매화가 핀다는 사실을 듣고 다음해에 다른 이를 채근하여 주인장의 안내를 받을 때 였다. 그후로는 물매화 필 때면 괜히 미안한 마음에 알리지도 못하고 살며시 꽃만 보고 온 것이 두번이다.
이미산 천태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려온 길에 물매화 보는 일에 다리를 나줬던 이가 불쑥 그곳에 가자고 한다. 그 해맑았던 주인장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따라갔다. 갑작스런 일이지만 이런 일에 대비코자 차 안에 넣어둔 작은 차탁을 꺼내 들었다. 빈손으로 가기 애매할 때 요긴하게 쓰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어 다행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넓었으며, 도자기 굽는 가마가 하나 더 늘었고, 매실나무는 더 컷고, 두마리 개가 주인보다 더 반겨 맞아 준다. 찾는 사람이 드물어 몹시도 반가운가 보다.
황소만한 몸집에 우락부락한 손이지만 순하디순한 눈매를 지녔다. 만들어 내는 도자기 모두는 만지면 깨질듯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기만 하다. 주인장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이해한다.
주인보다 먼저 다실에 들었다. 마음을 사로잡는 모습 앞에 우두거니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갈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다음을 기약하지도 못했지만 잠시 나눈 이야기로 든든함을 안고 산길을 나섰다.
마음에 담았으니 이젠 내것이나 매 한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