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後小詠 다후소영

小甁汲泉水 소병급천수
破鐺烹露芽 파쟁팽로아
耳根頓淸淨 이근돈청정
鼻觀通紫霞 비관통자하
俄然眼翳消 아연안번소
外境無纖瑕 외경무섭하
舌辨喉下之 설변후하지
肌骨正不頗 기골정부파
靈臺方寸地 영태방촌지
皎皎思無邪 교교사무사
何暇及天下 하가급천하
君子當正家 군자당정가

차를 마시고 나서 작게 읊다

조그마한 병에 샘물을 길어다가
묵은 솥에 노아차를 끓이노라니
귓속은 갑자기 말끔해지고
코끝엔 붉은 놀이 통하여라
잠깐 새에 흐린 눈이 맑아져서
외경에 조그만 티도 보이질 않네
혀로 먼저 맛 보고 목으로 삼키니
기골은 바로 평온해지고
방촌의 마음 밝고 깨끗하여
생각에 조금의 사도 없어라
어느 겨를에 천하를 언급하랴
군자는 의당 집부터 바루어야지

*고려사람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시다. 저서로는 목은문고(牧隱文藁)와 목은시고(牧隱詩藁) 등이 있다.

장마철로 접어들었다고 하나 비는 여전히 만나기 어렵다. 습기 많은 날이라 더운 공기가 정신을 더없이 탁하게 만든다. 차디찬 물에 발 담그고 물 흐르는 소리나 듣고자 하나 그것도 나와는 먼 일이라 생각 속에서만 머문다. 이런 날에는 가만히 앉아 차 달이는 향기를 떠올리는 것도 스스로를 다독이는 좋은 방법이다.

정갈하게 만든 차와 맑고 깨끗한 물이 있다면 굳이 솥까지 갖출 필요가 있겠는가. 여기에 정성을 더하여 달인 차를 마주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잘 우려진 차를 마시기 적당한 온도까지 기다렸다가 한모금 마신다. 입안에 번지는 향과 맛에 집중하다보면 평화로운 마음을 누리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비 소식은 먼 곳에서만 들리지만 흐려지는 하늘에서 비를 예감한다. 창가에 맺힌 빗방울을 상상하는 것과 차 달이는 향기를 떠올리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

더운 여름이기에 더 좋은 차맛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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