井戱作 정희작
不對靑銅久 부대청동구
吾顔莫記誰 오안막기수
偶來方炤井 우래방조정
似昔稍相知 사석초상지
우물에 비친 얼굴을 보고 장난삼아 짓다
오랫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더니,
내 얼굴이 통 기억이 나지 않아
우연히 우물에 막 비친 모습은
전에 어디서 얼핏 본 듯한 녀석일세
*고려사람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시다. 무신정권기를 살며 당대의 명문장가였다. 저서로 동국이상국집이 있다.
거울을 본적이 있던가? 아침 마다 수염을 깎으면서도 제 얼굴이 가물가물 하는 것이 셀카가 일상인 시대를 살면서도 남의 일이라 여겼으니 제 얼굴 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옛사람들이야 방법이 없었으니 겨우 물에 비친 얼굴 보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라 제 얼굴 잊어 먹은 게 이해가 된다.
뭔가 어색함을 피할 방법이 없어 프로필도 뒷모습이다. 이것도 큰 마음을 낸 결과이니 무엇이 제 얼굴 보기를 이토록 어렵게 하는 것일까. 세상 보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산 속 꽃에나 눈길을 둔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때를 놓치지 않고 숲에 들어 꽃을 찾는 것은 혹 잊어버린 제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어리석음은 아닌지. 전생의 기억을 찾아 헤매는 일이 만만치 않다.
꽃에서 제 얼굴을 만날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