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봄도 끝자락이다. 매서운 겨울의 눈보라가 봄의 화려한 꽃향기를 준비했듯 나풀거렸던 봄향기로 맺은 열매는 이제 여름의 폭염으로 굵고 단단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미쳐 보내지 못한 봄의 속도 보다 성급한 여름은 이미 코앞에 당도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짐작되는 변화보다 예측할 수 없이 당면해야 하는 폭염 속 헉헉댈 하루하루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그 숲을 걷거나, 숲에 서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숲이 전해준 위안을 꺼내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일이다.
시간의 경계에서 피고지는 생명들의 일상을 본다. 나뭇잎을 사이에 두고 태양과의 눈맞춤으로 좋은 때가 건너가고 있다. 뜨거워질 세상을 향한 꿈틀대는 생명의 힘이기에 그 출발에 마음 한쪽을 기댄다.
오월 그리고 봄의 끝자락, 시간에 벽을 세우거나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 그렇더라도 맺힌 것은 풀어야 하듯이 때론 흐르는 것을 가둘 필요가 있다. 물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고 시간이 그렇다. 일부러 앞서거나 뒤처지지는 말고 나란히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