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의 노래, 정태춘

때때론 "양아치"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그는
하루 종일을 동그란 플라스틱 막대기 위에 앉아
비록 낮은 방바닥 한 구석 좁다란 나의 새장 안에서
울창한 산림과 장엄한 폭포수, 푸르른 창공을 꿈꾼다

나는 그가 깊이 잠드는 것을 결코 본적이 없다 가끔
한 쪽 다리씩 길게 기지개를 켜거나 깜빡 잠을 자는 것 말고는
그는 늘 그 안 막대기 정 가운데에 앉아서 노랠 부르고
또 가끔 깃털을 고르고, 부릴 다듬고 또, 물과 모이를 먹는다

잉꼬는 거기 창살에 끼워 놓은 밀감 조각처럼 지루하고
나는 그에게 이것이 가장 안전한 네 현실이라고 우기고 나야말로
위험한 너의 충동으로부터 가장 선한 보호자라고 타이르며
그의 똥을 치우고, 물을 갈고 또, 배합사료를 준다
아치의 노래는 그의 자유, 태양빛 영혼 그러나,
아치의 노래는 새장 주위로만 그저 뱅뱅 돌고 ...

그와 함께 온 그의 친구는 바로 죽고, 그는 오래 혼자다
어떤 날 아침엔 그의 털이 장판 바닥에 수북하다 나는
날지 마, 날지 마 그건 너의 자학일 뿐이야라고 말한다
너의 이념은 그저 너를 깊이 상처낼 뿐이야라고 말한다

그는 그가 정말 날고픈 하늘을 전혀 본 적 없지만
가끔 화장실의 폭포수 소리 어쩌다,
창 밖 오스트레일리아 초원 굵은 빗소리에
환희의 노래 처럼 또는, 신음 처럼 새장 꼭대기에 매달려
이건 헛된 꿈도 이념도 아니다라고 내게 말한다 그러나,
아치의 노래는 새장 주위로만 그저 뱅뱅 돌고 ...

내일 아침도 그는 나와 함께 조간 신문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아침마다 이렇게 가라앉는 이유를 그도 잘 알 것이다
우린 서로 살가운 아침 인사도 없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가족 누군가
새장 옆에서 제발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내게 말할 것이다
아치의 노래는 그의 자유, 태양빛 영혼 그러나,
아치의 노래는 새장 주위로만 그저 뱅뱅 돌고 ...
아치의 노래는 ...

2001년 3월

https://youtu.be/Zxlf0uwy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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