種花 종화
種花愁未發 종화수미발
花發又愁落 화발우수락
開落摠愁人 개락총수인
未識種花樂 미식종화락
꽃 심다
꽃 심을 땐 안 필까 걱정하고
꽃 피니 시들까 시름한다
피고 지는 게 모두 근심이니
꽃 키우는 즐거움 알 수 없네
*고려 사람 이규보(1168~1241) 의 시다. 조바심 이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저절로 싱거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꽃을 보는 데만 그럴까. 곁에 둔 사람의 마음 알기가 이보다 더하다.
사계절 동안 꽃 없을 때가 있을까마는 유독 봄을 기다리는 것은 긴 겨울을 이겨낸 봄꽃의 매력이 큰 까닭이다. 유독 더디 오는가 싶더니 시차도 없이 한꺼번에 핀 꽃들이 허망하게 지고만다. 그 허탈함이 하도 크기에 보지 못한 꽃을 먼 곳 꽃향기 품은 누군가가 봤다는 소식에 괜히 심술만 난다.
그러나 어쩌랴. 봐서 좋은 것은 그대로 담아두고, 때를 놓친 꽃이나 볼 수 없는 꽃은 가슴에 담아두고, 그리운 그대로가 꽃이니 안달할 일이 아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본다. 적당한 거리에 벗이 있고 또한 든든한 배경을 뒀으니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얼레지와 큰괭이밥의 모습이 순하고 곱기만 하다.
꽃을 품은 내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길 소망한다면 과한 욕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