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귀하니 꽃 보던 눈이 새鳥로 옮겨간다. 구분하여 이름 불러주기 어렵기는 꽃이나 새나 매한가기다. 이름은 부르지 못하더라도 이쁜 새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그 영향으로 새타령이나 들을까 검색하다가 발견한 시에 매료되었다. 한자의 음을 다느라 고생했지만 알아가는 재미가 좋다.

한시 속의 새타령은 어떤 모습일까? 위항문인인 차좌일(車佐一, 1753~1809)의 "효조명체(效鳥名體)"란 시가 있다. 모두 24구로 되어 있는데, 구절마다 새 이름이 하나씩 들어 있다.

鳳翔惟棲梧 鴻飛必含蘆
봉익유서오 홍비필함로
簷前來靈鵲 林下哺慈烏
첨전래령작 임하포자오
可憐鳩謀拙 眞個鶴形癯
가련구모졸 진개학형구
飄飄雲際鸞 泛泛水中鳧
표표운제란 범범수중부
鶯舌誠爲巧 鶚音寧終渝
앵설성위교 악음녕종유투
謾誇鸚鵡言 孰與鴛鴦俱
만과앵무언 숙여원앙구
燕語太呢呢 鵑訴常區區
연오태니니 견소상구구
右軍鵝換書 魯公膺作圖
우군아환서 노공응작도
荷鋤聞布穀 携榼憶提壺
하서문포곡 휴합억제호
刻鵠猶不成 割鷄何所需
각곡유불성 할계하소수
鷦息安一枝 鷗盟在五湖
초식안일지 구맹좌오호
當爲信天翁 太平時樂乎
당위신천옹 태평시락호

봉황은 날아도 오동에만 깃들고
큰 기러기 날 때면 갈대를 문다네.
처마 밑엔 영리한 까치가 오고
숲 아래엔 까마귀가 어미 먹인다.
슬프다 비둘기 꾀 치졸함이여
학의 모습 참으로 비쩍 말랐네.
구름 사이 펄럭이는 난새의 모습
물 위엔 둥실둥실 오리 떠 있네.
꾀꼬리 혀 참으로 교묘도 하지
물수리 울음소린 시끄럽구나.
앵무새 젠체하며 말을 하지만
원앙의 짝 갖춤과 어떠하리오.
제비 소리 지지배배 말이 많은데
두견새 하소연은 구구도 해라.
왕희지는 글씨와 거윌 바꿨고
안노공은 매 그림을 그려놓았지.
호미 매니 뻐꾹새 소리 들리고
술통 들자 직박구리 생각이 나네.
고니 새김 여태도 못 이뤘으니
닭 잡아야 어디다 쓴단 말인가.
뱁새는 한 가지에 편안하나니
갈매기와의 약속은 오호(五湖)에 있네.
마땅히 신천옹이 되어보리니
황여새는 이따금 즐겁게 운다.

*그림은 명나라 때 사람 변문진(邊文進)의 삼우백금도(三友百禽圖)다.

꽃이든 새든 속성을 이야기 하는 데에는 사람들이 살아온 삶과 무관하지 않다. 무엇하나 이 관계를 벗어나 규정한 것이 없으니 문장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를 쫒아가는 밝은 눈을 가진 벗에게 이 시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