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 소'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서예가 박덕준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안으로만 파고드는 소리로 가만히 읊조린다.
 
素 소 = 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恒白항백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明澄명징함이 있다. 素 소, 恒白항백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素 소,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다시 1년을 더하여 5년째를 맞이한다. 素소를 가슴에 품었던 5년 전 그날이나 다시 1년을 더하는 오늘이나 지향하는 삶의 자세는 다르지 않다.
 
종이에 스며든 먹빛과 글자가 가진 독특한 리듬에서 한 폭의 그림의 실체를 봤다. 이 글자 素소가 가진 힘도 다르지 않음을 안다. 쌓인 시간의 무게를 더한 反映반영이 지금의 내 마음자리일까.
겨울의 첫날에 첫눈이 내린다. 손끝이 시린 아침을 건너가며 맞이하는 눈이 곱기만 하다. 희고 차가운 자리에 온기를 품어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고 그것이 素소와 다르지 않다.
素소, 그것을 빼닮은 차가운 공기가 성급하게 얼굴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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