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하나다
贈李聖徵令公赴京序 증이성징영공부경서

누런 것은 스스로 누렇다 하고, 푸른 것은 스스로 푸르다 하는데, 그 누렇고 푸른 것이 과연 그 본성이겠는가? 갑에게 물으면 갑이 옳고 을은 그르다 하고, 을에게 물으면 을이 옳고 갑은 그르다고 한다. 그 둘 다 옳은 것인가? 아니면 둘 다 그른 것인가? 갑과 을이 둘 다 옳을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혼자다. 지금의 선비를 보건데 나처럼 혼자인 자가 있는가. 나 혼자서 세상길을 가나니, 벗 사귀는 도리를 어찌 어느 한 편에 빌붙으랴. 한 편에 붙지 않기에 나머지 넷, 다섯이 모두 나의 벗이 된다. 그런즉 나의 도리가 또한 넓지 않은가. 그 차가움은 얼음을 얼릴 정도지만 내가 떨지 않고, 그 뜨거움은 흙을 태울 정도이나 내가 애태우지 않는다. 가한 것도 불가한 것도 없이 오직 내 마음을 따라 행동할 뿐이다. 마음이 돌아가는 바는 오직 나 한 개인에게 있을 뿐이니, 나의 거취가 느긋하게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조선사람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집 於于集'에 실린 글이다.'연경으로 가는 이정귀(자 성징) 영공에게 주는 글 '贈李聖徵令公赴京序 증이성징영공부경서'의 일부다. 북인에 속하는 유몽인이 서인인 이정구와의 우정을 회고하고 진정한 우정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내달리는 가을의 속내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 각기 다른 모양과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같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다른 생을 준비한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모두는 하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비종 2021-11-1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다른 생을 준비하는 생명들을 상상하니 겸허해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사진 색감이 너무 이뻐서 실제로 보면 얼마나 두근거릴까 상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