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속)
특정한 꽃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여느 여름날 초등학생인 아이의 손을 잡고 지리산 칠불암에 올라 한적한 경내를 거닐다 언덕바지에 핀 상사화를 만났다. 그후로 여름이 끝나는 무렵이면 칠불암과 함께 떠오르는 꽃이다.

터전을 이곳으로 옮기고 나서 여러 종류의 상사화를 모았다. 각기 다른 색깔로 피며 특유의 느낌을 가진 꽃들이지만 몇몇은 구분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다양한 사연이 담긴만큼 하나하나가 특별하다.

한창 더울때 피는 상사화부터 구분이 쉽지 않은 붉노랑상사화과 진노랑상사화, 흰색의 위도상사화, 짠물 건너온 제주상사화와 매혹적인 붉은색 백양꽃, 붉기로는 으틈인 석산과 흰색의 석산에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꽃들이 순차적으로 핀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달려 있을 때에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 다는 의미로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따지고보면 무릇 처럼 비슷한 식물이 있지만 유독 상사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늦거나 빠르다는 것은 사람의 기준이다. 꽃은 제 순리대로 알아서 핀다. 가장 늦은 흰색의 꽃무릇이 지면 꽃 따라 사람들 가슴에도 가을 바람처럼 그리움이 일렁일 것이다. '순결한 사랑'이라는 꽃말에 깃들 서늘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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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30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사화란 이름보다 꽃무릇이란 이름을 더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