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1낙樂

맑은 창가에 책상을 깨끗이 정돈하고,
향을 피우고,
차를 달여놓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더불어 산수를 이야기하고,
법서法書와 명화名畵를 품평하는 것을
인생의 제1낙樂으로 삼았다.

*조선시대 장서가와 서화수장가로 유명했던 담헌 이하곤李夏坤(1677~1744)의 말이다. 출사하여 입신양명을 중요한 가치로 치던 조선시대에 출세에 미련을 버리고 마음 맞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무엇에 대한 가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사람이 벗을 찾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가 아닌가 싶다. 깊어가는 가을이 주는 정취는 자기를 돌아보게 하며 사람과 사람의 사귐에 대해 성찰을 요구하는 시간이다.

같은 때 같은 곳에 머문다. 소회를 묻는 말에 오히려 특별한 것이 있으면 안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정신 없이 빠져나왔던 곳에 들어가 일년 전 그때를 되뇌여봤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다른가?

자유는 매이는 것으로부터 풀려남이니 마음이든 몸이든 평소에 무엇에 매일 구실을 주지 말아야 한다. 새삼스레 일상의 평범이 귀함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나에게 있어 인생의 제1낙樂은 무엇일까.

'침잠沈潛'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